대학교 등록금 반값 문제가 각급 대학교와 정치권 등 사회적인 이슈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대학 등록금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신문명정책연구원 장기표 원장

이같은 주장은 여야 정치권이 제기하고 있는 기존의 반값 주장보다 한 발 더 앞선데다 논리적으로 타당성까지 있어 설득력을 얻고 있다.

8일 신문명정책연구원 장기표 원장은 "서유럽에서는 등록금을 없애고 대학생들의 생활비까지 국가가 부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일부대학에서 연간 1백만원도 되지 않아 돈이 없어 공부를 못하는 경우는 없다”며, 개개인의 적성을 파악, 대학진학률을 낮추고 사회보장제도를 잘 활용해 운용하면, 등록금 자체를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

장 원장은 또 “굳이 대학을 가지 않더라도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안정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사회구조를 바꾼다면 굳이 대학을 가 시간을 낭비하는 사람이 없고, 이로 인해 대학진학률이 낮아지면 국가 지원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장 원장은 “30% 수준의 대학 진학률의 유럽과 달리 80%가 넘는 진학률을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등록금을 반값으로 하면, 대학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대학에도 정부가 지원해야 해  국가적 낭비가 엄청나다”며, “사회 구조를 바꿔 굳이 대학을 굳이 가지 않더라도 잘 살수 있도록 사회 시스템을 확충하고, 이렇게 되어 대학을 가야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으면 문을 닫는 대학도 늘어날 것이고, 또, 국가가 적은 예산을 지원해도 되는 방향으로 나아 가면 예산상 문제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다음은 장 원장의 대학등록금 폐지를 주장하는 글의 전문이다.

반값 등록금이 아니라 등록금을 없애야 한다

반값 등록금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투쟁이 날로 거세지고 있다. 1년에 약 천만원에 이르러 등록금 때문에 학업을 중단하는 학생조차 있으니 학생들의 등록금 인하 요구는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다 보니 정치권에서도 오래전부터 등록금 인하 공약들을 내놓은 일이 많다. 금년 5월 민주당에서 반값 등록금을 공약으로 내놓자 이를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하던 한나라당조차 반값 등록금을 공약으로 내놓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나라에서는 대학등록금이 1년에 천만원 가까이 되나 서유럽국가들에서는 등록금이 거의 없거나 대단히 적다. 돈이 없어 공부를 못하는 학생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도 대학등록금을 없애는 것이 마땅하고 또 그렇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하려면 사회교육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알아보기로 하고, 여기서는 일단 현재와 같은 사회교육환경에서 반값 등록금을 실시할 수 있는지, 또 실시한다면 어떤 문제가 야기될 것인지를 알아보자.

<반값 등록금은 실시될 수 있을까>
현재와 같은 사회교육환경에서도 굳이 반값 등록금을 실시하려면 실시하지 못할 것은 없다. 국민들이 세금을 많이 내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사회교육환경을 그대로 둔 채 반값 등록금을 실시한다면 국민의 세금부담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국가자원을 엄청나게 낭비하는 것이 된다. 그래서 현재와 같은 사회교육환경은 그대로 둔 채 반값 등록금을 실시하는 것은 옳지 않고, 등록금이 없는 사회교육환경을 만들어서 등록금을 없애는 것이 옳다. 
그러면 왜 현재와 같은 사회교육환경에서 반값 등록금을 실시하는 것은 옳지 않을까?
우선 대학에 진학할 필요가 없는 학생들이 너무 많이 진학할 것이기 때문이다. 서유럽국가들에서는 대학의 등록금이 거의 없다시피 한데도 고교졸업생의 약 30%만 대학에 진학하는 데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80% 넘게 진학하고 있다. 여기다가 대학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부실대학들이 부지기수인데다 대학을 치부의 수단으로 삼는 경우도 엄청나게 많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등록금을 반값으로 하게 된다면 엄청난 국가적 낭비를 초래할 것이다.

<서유럽국가들에서는 왜 대학진학률이 낮을까>
서유럽국가들에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적성과 능력에 따라 대학에 진학할 학생과 그럴 필요가 없는 학생을 구분해서 대학에 진학할 필요가 있는 학생만 상급학교에 진학하게 하고, 그렇지 않은 학생은 직업학교에 진학하게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을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이 받아들이는데,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직업학교를 나오더라도 취업해서 인간답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을 나오든 안 나오든 하는 일이 다를 뿐 그것 때문에 사회적 지위가 달라지거나 보수에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직업학교를 나와 취업한 사람이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한 사람보다 더 나은 보수를 받는 경우도 대단히 많다고 한다.
요컨대 대학을 나오고 안 나오고는 적성과 인생관의 차이일 뿐 그것이 사회적 신분의 차이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그나마 대학을 졸업하지 않으면 취업하기도 어렵거니와 설사 취업하더라도 사회적 편견 때문에 인간답게 살아가기가 힘드니 너도나도 대학에 가려고 한다. 그러니 개인적으로도 입시지옥, 사교육비, 등록금 등으로 온갖 고통을 감내해야 하지만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자원 낭비가 된다.
그런데 왜 서유럽국가들에서는 대학을 졸업하지 않아도 취업해서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하기가 힘들고 인간답게 살아가기가 힘들까? 서유럽국가들에는 사회보장제도가 확립되어 있는 데 비해 우리나라에는 사회보장제도가 확립되어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값 등록금은 대학생과 대학을 더 늘릴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등록금을 반으로 줄인다면 어떤 현상이 생길까? 대학진학률이 100% 가까이 되고, 부실대학이 살아날 것이며, 대학은 더 늘어날 것이다. 최근 들어 등록금을 마련할 길이 없어 대학진학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많아지자 지방에 있는 대학들은 학생을 확보하지 못해 문을 닫아야 할 처지에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등록금의 반을 국가가 지원한다면 이들 대학들도 학생들을 확보해서 학교를 유지하게 될 것이다. 심지어 새로이 대학을 설립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이래도 되는 것일까? 이래서는 안 된다. 대학에 진학할 필요가 없는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것도 옳지 않지만 문을 닫아 마땅한 대학들이 계속 유지되는 것도 옳지 않다.
이처럼 현재와 같은 사회교육환경을 그대로 둔 채 반값 등록금을 실시하는 것은 옳지 않지만, 현재의 등록금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 또한 결코 옳지 않기 때문에 반값 등록금 내지 등록금 없는 무상교육을 추진하면서 사회교육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마땅하다.

<사회보장제도의 확립으로 등록금을 없애야 한다>
그러면 사회교육환경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 것인가? 사회보장제도를 확립함으로써 대학에 진학할 필요가 있는 학생만 대학에 진학하게 하고 그럴 필요가 없는 학생은 직업학교를 나와서 취업하게 하는 것이 옳다. 그러면서 대학등록금을 없애야 한다. 사회보장제도를 확립하면 대학을 졸업하든 졸업하지 않든 누구나 의식주나 의료, 교육을 걱정하지 않으면서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으니, 적성이나 능력으로 보아 공부에 적합한 학생은 대학에 진학하지만 공부에 적합하지 않은 학생은 대학에 진학하지 않을 것이다. 
적성이나 능력으로 보아 공부할 필요가 있는 사람은 공부를 계속하게 하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자아를 실현하면서 인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하는 것이고, 국가적으로는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적성이나 능력으로 보아 공부할 필요가 없는 사람은 공부를 하지 않고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맞는 일을 하게 하는 것이 개인적으로도 자아를 실현하면서 인생을 행복하게 살게 하는 것이고 국가적으로도 국가발전에 기여하게 하는 것이다. 이것도 개인도 위하고 국가도 위하는 것이다.  
 이처럼 사회보장제도를 확립하면 국가적으로도 대학에 진학할 필요가 있는 학생만 대학에 진학하게 되니 국가는 당연히 이들의 교육을 책임져야 할 것이고, 따라서 대학의 등록금은 없애는 것이 맞다.
그래서 서유럽국가들에서는 사회보장제도를 확립한 가운데 대학등록금을 없애는 것은 물론 생활비까지 국가가 부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만 최근 들어 국가재정이 어려워지면서 일부 대학에서 등록금을 받으나 그 액수가 1년에 100만원도 안 된다. 돈이 없어 공부하지 못하는 일은 없게 하고 있다.

<교육에서의 기회균등은 민주주의의 기본원리이다>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은 누구나 공부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민주주의의 기본원리이다. 자아실현의 삶을 살 수 있게 하기 위해서도 공부하고 싶은 사람은 공부할 수 있게 해야 하지만 국민의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케 해야 국가사회가 발전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도 그러하다. 교육의 기회균등이 없이는 자유도 평등도 자아실현도 이루어질 수가 없다. 사회보장제도의 확립을 통한 교육의 기회균등 보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사회보장제도를 확립하려면 사회민주주의를 채택해야 한다>
그런데 사회보장제도를 확립하려면 사회민주주의를 국정운영의 지표로 삼아야 하고, 이렇게 하려면 사회민주주의 정당이 있어야 한다. 사회민주주의를 이념으로 채택하지 않은 정당인 민주당이나 한나라당이 반값 등록금이나 무상의료, 무상보육 등 사회보장정책을 내놓다 보니 사회보장제도의 실시를 오히려 어렵게 한다. 사회민주주의에 대한 이해가 없이 그때그때 국민의 인기나 끌기 위해 그런 정책을 내놓다 보니 사회보장제도의 기본인 의식주나 의료, 교육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이 없는 것은 물론 재원대책도 없다.
민주당의 경우 지난 5월 무상급식, 무상의료, 무상보육에다 반값 등록금을 공약으로 내놓으면서 그 재원은 낭비되는 예산의 절감과 4대강예산의 절감으로 가능하다고 했다. 국민들이 싫어할 것으로 보이는 세금의 증액은 피했다.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이 없이 ‘무상시리즈’만 내놓은 것도 옳지 않지만, 세금의 증액이 없이 무상시리즈를 실현하겠다는 것은 그야말로 포퓰리즘일 뿐이다.
그리고 민주노동당의 경우 한때 국방비를 줄여 무상의료와 무상교육을 실시하자고 주장했는데, 이것은 오히려 사회보장제도는 재원이 없어서 실시할 수 없다는 주장을 정당화시켜줌과 동시에 사회보장제도를 주장하는 사람은 북한을 이롭게 하는 사람들로 착각하게 만들 뿐이었다. 따라서 이런 일들은 사회보장제도의 확립에 역행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사회민주주의를 이념으로 하지 않은 정당들이 사회보장제도를 주장하게 되니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따라서 무상교육을 포함한 사회보장제도를 제대로 실시하려면 사회민주주의를 채택해야 하고, 사회민주주의를 채택하려면 사회민주주의 정당이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도 사회민주주의 정당의 건설이 얼마나 절실한지를 알 수 있다.